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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단단한 물리적 실체

urbanex
2013-01-29
조회수 969

북아프리카 모로코(Morocco)의 고도(古都) 마라케시(Marrakesh)의 구시가지 한복판의 제마엘프나(Djemaa el Fna) 광장, ‘the place of the vanish mosque’라는 애잔한 뜻의 이름을 가진 커다란 열린 공간이며현재의 모스크메디나옛 요새들로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이곳의 뜨거운 오후는 수많은 관광객들과 바쁘게 오가는 현지인들그리고 그들에게 손짓하는 노점상들의 손짓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활기찬 오후의 어느 순간광장 곳곳에 있는 스피커에서 가만히 기도하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면이 곳은 변신을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리가 천천히 그리고 가만히 잦아들고스피커에서 나오는 기도소리가 그 웅성거림을 대체한다.  엄숙한 기운이 활기찬 분위기를 몰아내고 이 곳을 신성한 장소로 바꾸어낸다.  그리고 그 기도소리가 끝나는 순간마치 마법과도 같이 웅성거림이 다시 시작되고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금 전의 활기찬 분위기로 돌아간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그리고 몇시간 후 어둠이 찾아올 무렵광장은 또 한번의 변신을 준비한다.  바쁘게 거닐던 행인들의 발길이 잠시 뜸해진 시간수백개의 거리음식점들이 어느새 광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찾아온 어둠을 상점들의 화려한 불빛이 밝혀내고그 사이사이를 아라비안 나이트를 들려주는 듯한 이야기꾼들약장사들거리의 춤꾼들그리고 광장의 밤을 즐기러 온 수천의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가득 메운다.  떠들석한 마라케시의 밤이 시작된다.

 

도시의 광장이라는 하나의 물리적 공간이지만제마엘프나 광장은 이렇게 시간에 따라그리고 그 목적에 따라이용하는 주체에 따라자신의 모습과 의미를 바꾸어간다.  열린 광장에서 신성한 장소로그리고 또다시 시끌벅적한 시장으로.  이런 변신이 가능한 것이 단지 이 광장이 여러 사람들에게 여러 목적으로 개방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놓고 다양한 그룹들에게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고 해서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제마엘프나 광장의 자연스런 변신이 가능한 것은 이 장소에 기대어 살아온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역사가 다양한 모습으로 이 곳에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또한 광장 스스로는 단단한 물리적 실체로서오랜 시간을 두고 조바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라케시와 그 사람들의 기억을 담담히 담아내주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를 담아서 현재에 보여주는 물리적 실체(광장)거기에 오늘과 내일을 더해가는 새로운 행동과 사건들이 조화되어서제마엘프나를 역동적이면서도 이질적이거나 인공적이지 않은 모습으로변신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유지해주는 것이리라 믿는다

 

새 프로젝트를 할 때의 힌트를 이러한 제마엘프나의 모습에서 얻곤 한다.  새 건물을 담아줄 땅이 가지고 있는 역사과 기억이 무엇일까이 땅에 추가되는 건물이 이 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그리고 또 이 건물이 이 땅에 또다시 어떤 역사와 기억으로 남아다음에 다가올 일들에 단단한 물리적 실체로서 배경이 되어줄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질문들을 던져보고건축물로서의 결과물이 그 질문에 부응할 수 있기를 은근히 기대하고기원하게 된다.  우리의 프로젝트가 그 위치할 땅에 작지만 중요한 사건으로 녹아들 수 있기를 바라본다.

 

 

어반엑스 신현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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